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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이 대응하는 그들만의 미래

경제

미래대응기금이 대응하는 그들만의 미래

김봉독·읽기 11분

두 개의, 실제로는 하나의 질문

2026년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10월 8일, 원외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원외 국정감사’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1 “국회 밖에서 국회가 묻지 않는 것을 묻겠다”고 밝힌 원외 국정감사에서, 정의당이 지목한 핵심 현안 중 하나는 정부가 반도체 호황 세수로 조성하겠다는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었다.2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이 기금의 목표다.

정의당의 '원외 국정감사'가 지적한 미래대응기금의 의문점들. 출처: 정의당

모두가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가운데, 원외 국정감사는 원내 국정감사에서 그 누구도 묻지 않던 물음 하나를 던졌다. AI와 반도체를 위한 전력망과 용수망을 짓는 일은 ’미래를 위한 인프라’라면서, 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사업엔 그 과실을 투자하지 않느냐고. 이 물음에 집권여당과 정치권이 내놓는 답은 단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있다. ‘나중에’. 전략산업이나 메가프로젝트가 먼저고, 민생과 돌봄은 그 다음이라는 뜻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한국 사회는 또 다른 하나의 물음과도 마주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달라는 초기업노조, 배당이 먼저라는 주주, 그 사이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채 목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던 협력업체와 사내 비정규직.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정의당 원외 국감의 물음과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논쟁은 마치 서로 별개인 듯 보이지만 실은 한 뿌리 위에 서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이 이 문제들의 공통된 뿌리다. 문제는 ‘누가’ 통제하고, ‘무엇을’ ‘미래투자’라 부르며, ‘누구의’ 몫이 지워지는가다.

2026년 상반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파업. 출처: 시사IN

미래대응기금인가, 반도체대응기금인가?

이재명 정부는 9월 1일 2027년 예산안과 함께 미래대응기금을 내놓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보다 194.2조 원(49.8%) 늘 것으로 전망됐고, 총지출은 93조 원 늘어 12.8% 증가한다.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 162.3조 원으로 기금을 만들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의 4대 분야에 45.4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미래대응기금의 요체다.3

기금 재원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올해 총 국세는 약 470조 원으로, 추경 반영액보다 63조 원 많을 것으로 보도됐다. 편입 규모는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다. 여당과 정부는 반도체 호황 세수를 ’미래’에 투자하겠다며 기금 신설을 밀어붙인다. 국민의힘은 기금이 정권의 ‘쌈짓돈’이 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한다.4 그러나 이 정파적 공방에 문제의 진짜 본질은 없다. 이 돈은 누구의 몫인가? 도대체 무엇이 ’미래’인가?

통제, 배분, 변동성, 그리고 일관성, 이 네 가지가 미래대응기금에서 우려되는 문제의 요지다. 통제의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기금에는 사업비의 최대 30%까지를 ‘국회 심사 없이’ 바꿀 수 있는 조항과, 국회 예산심사권을 제한하는 특례가 담겼다.5 예산이 국가 운영의 핵심이라면, 의회가 그를 심사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민주적 견제장치다. 근로기준법을 형해화하는 메가특구에서의 ’노동 특례’와 마찬가지로, 미래대응기금은 예산 운용에 있어서의 최소한의 민주성을 이미 거세하며 시작하는 셈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사업비 최대 30%는 국회 심사를 우회하여 지출 변경이 가능하다. 출처: 뉴스핌(AI 생성)

시민사회는 이 특례 조항의 삭제와 더불어 사업성 기금이 아닌 계정성 기금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의당의 원외 국감에서도 기금의 구체적 사용처와 기업 지원 규모의 공개, 국회의 예산심의권과 시민의 재정 통제 보장이 요구사항으로 포함되었다. 기금 지출의 30%까지를 국회 재의결 없이 바꿀 수 있다면, 내년 사업비 45.4조 원을 기준으로 최대 13조 원대의 예산이 대통령실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는 셈이다.

배분의 문제는 어떤가? 미래대응기금과 함께 발표된 2027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 지출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다.6 지방은 더 불리하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63조 원이 곧바로 미래대응기금 재원이 된다. 정부는 전력망과 용수망은 ’미래투자’로, 돌봄과 병원은 ’복지 지출’로 분류한다. 복지 지출을 깎아서 반도체 팹, 데이터센터와 그를 위한 전력·용수망을 짓는 것. 이 분류가 곧 정부의 우선순위다.

세수의 변동성 역시 큰 문제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감세정책으로 2023-2025년 세수결손은 누적 100조 원을 넘겼다. 올해는 반대로 반도체 호황으로 50조 원이 넘는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이렇게 크게 출렁이는 세수로 반영구적 지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기금 자체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여당 소속 안도걸 의원조차 세수결손을 메우는 과정에서 일부 재정 기반이 취약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7

2019-2024년의 국세수입 오차액 추이. 출처: 연합뉴스

호황이 꺾이면 추가세수는 업황과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세수가 모자랄 때 기금의 여유 재원을 추경 없이 일반회계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길까지 열어두었다. 세수가 출렁일 때 어떤 지출이 먼저 조정될지는, 앞서 살펴본 이 정부의 우선순위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유일하고 명확한 안정적 세수 확보방식인 부유세가 이재명 정부의 검토 대상조차 아님은 물론이다.

마지막 문제는 일관성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반도체 등 6개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 즉 감세정책을 새로 만들었다.8 국내 생산량에 비례해 기업 세금을 깎아준다는 뜻이다. 호황의 이익을 거두는 일에는 소극적인 채 기업 지원은 늘리고 기금부터 쌓는 모양새다. 반도체, 반도체, 그리고 또 반도체. 이 기금의 요체는 반도체로 만들어진 세수를 명목 삼아 반도체를 위한 돈을 더 걷고, 또 반도체를 만드는 자들의 세금은 다시 깎아 주는 ’반도체대응기금’이다.


테이블에 없는 이들

’반도체대응기금’을 살펴봤다면, 가히 ’반도체의 해’라고 부를 만했던 2026년 올해의 상반기로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이른바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온 뉴스의 헤드라인을 강타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상한을 폐지하며, 이를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 원으로 가정하면 40.5조 원에 달하는 액수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기자회견. 출처: 뉴스1

노조가 내건 구호는 성과급 산식을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맞은편에서 열린 주주단체 집회는 “배당이 11조 원인데 어떻게 성과급이 40조 원이냐”며 맞섰다. 논쟁은 곧 ’주주 대 노동자’의 구도로 굳어졌다. 그러나 양측 모두 ’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자’와 ’회사의 정규직 노동에 편입되어 있는 자’로서, 회사 안의 ’황금티켓’을 보유한 채 경쟁한다는 전제를 공유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조합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익단체의 속성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간 삼성 경영진이 가져간 막대한 영업이익에 비해 삼성 노동자들의 몫이 한미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고, 삼성 노조의 요구를 ’이기적인 것’으로 몰아가며 ‘긴급조정권’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정부의 반노동적 행태 역시 용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배가 단지 대기업의 내부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간에서만 끝날 때 이 사회에 무엇이 남는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산별교섭이 제도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기업 단위로 사유화되는 초과이익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그 어떤 ’낙수효과’도, ’분수효과’도 발생시키지 못한다. 원청 노조의 요구안에도 물론 협력업체 항목이 담길 리가 없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타사 역시 비슷하다. SK하이닉스에서는 원청 임직원에게 수억 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된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500-600만 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수가 콸콸 흐르는 반도체 팹과 가뭄에 허덕이는 농가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다.


’분수 효과’는 없다

반도체 기업은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정책, 전력과 산업용수, 부지 조성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혈세로 지원을 받아 왔다. 실제로 그 지원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주 구체적이고 또한 막대하다. 반도체 설비투자에는 대규모 세액공제가 적용되고(얼마 전 이른바 ’K칩스법’으로 그 한도가 상향되었다9), 국내 생산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공제까지 새로 생겼으며, 호남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에 정부는 대규모 전력과 천문학적 수자원을 공급할 수 있다며 간이고 쓸개고 다 내 줄 모양새다.

2025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 출처: 연합뉴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질서를 인정하든 않든, 그 체제의 명시적인 규칙이 ’지불한 자가 소유권을 갖는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정말 그렇다면 앞서의 모든 비용은 사회가 치른 몫이고, 이 비용이 지불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막대한 반도체 호황은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자리에, 정작 그 비용을 낸 사회의 의자는 없다.

반도체 대기업에게 공공성 확대와 소유구조 사회화 따위를 선행적으로 요구할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는 정부여당은, 이들이 먼저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에게 동반성장을 제안하는 ‘분수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10 이런 분수효과는 ‘황금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 즉 대기업 정규직들과 주주들의 시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나 단지 이 조건의 비현실성뿐 아니라 이것이 결코 답이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수’ 문제다. 성과급은 비용으로 처리되어 법인세 과세표준을 줄인다. 즉 사내 분배가 커질수록 공공이 걷는 법인세는 줄어든다. 이는 수조 원대의 세수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환수를 위해

2023년 참여연대의 K칩스법 논의 중단 요구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호황으로 만들어진 초과이익의 환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집권여당도,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그 환원이 ’미래대응기금’과 같이 사변적이고 지속불가능한 것인지, 혹은 사회적이며 구조적인 것인지의 문제다. 초과이익의 환원을 일회성 기금이 아니라 상시적 조건으로 바꾸고, 그 재원을 하청과 공공, 지역과 복지에 돌리는 것.

이러한 주장들은 이미 정책적 대안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7월 30일 의견서에서 K칩스법 등 과도한 세액공제의 축소와 사회적 책임 의무 부과,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초과세수를 활용한 민생·복지 추경, 추가세수의 복지·공공임대·정의로운 전환 투자를 제안했다. 노동당은 최근 K칩스법 폐기를 주장했다. 이 주장들은 공제의 ‘축소’, 조건을 붙인 ‘환수’, 아예 ‘폐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있다.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에 협력사 상생,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환수 의무를 조건으로 붙일 필요도 있다. 앞서 살펴본 정책대안들의 사회적 책임 의무, 혹은 환수 조항과도 같은 방향이다. 지원은 조건에 따라, 환수는 이익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이익이 기업 안에서 사유화되지 않도록 이익 사슬 전체를 교섭의 단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미완의 과제인 산별교섭의 쟁취가 다시 필요조건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바로 이곳이다.

2025년 11월 민주노총 창립 30주년을 맞아 열린 산별노조·산별교섭 진단과 과제 토론회. 출처: 노동과세계

넓고 지속 가능한 진짜 ’미래’로

반도체의, 반도체에 의한, 반도체를 위한, 오로지 ’반도체대응기금’으로밖에 볼 수 없는 ‘미래대응기금’. 그렇게 반도체에 모든 것을 투여해서 만들어진 초과이윤은 또 다시 반도체 고속열차에 황금티켓을 끊고 이미 탑승해 있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주주의 배당도, 노동자의 성과급도 탑승한 열차 안에서 이익을 두고 벌이는 사적 분배다. 그 이익의 실현을 가능케 한 열차 바깥의 존재들, 전력과 용수, 세액공제, 부지, 지역의 희생 - 혹은 1차 벤더, 2차 벤더, 3차 벤더에 대한 공적인 몫은 이 논쟁의 어디에도 없다. 사내 분배냐 환수냐 하는 이분법의 문제를 벗어나서, 이 생산에 기여한 모든 주체들이 이익의 사슬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진짜 ’공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눠받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것을 되찾는 것, 이것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공정일 수 있는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반도체와 기금 문제가 단지 ’분배’뿐이 아니라 ’소유’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다.

2026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회. 출처: 연합뉴스

미래대응기금의 ’미래’는 분명히 과거의 ’미래’보다 조금은 넓어진 듯하다. 삼성전자 임원들만의 미래에서 반도체 정규직들의 미래까지는 왔다. 누군가에게는 없던 미래가 생겼을 것이다. 의의를 부정할 필요도, 폄하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 ‘확장된’ 미래는 충분히 넓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못하다. 그들만의 미래에 없는 이들의 정당한 몫을 이제는 당당히 요구할 때다.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Footnotes

  1. 경인일보, 정의당, 국회 밖에서 ‘원외 국정감사’…정부에 3대 현안 질의 https://www.kyeongin.com/article/1772199 ↩

  2. 경향신문, 초과세수 50조원 넘는다…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전망 https://khan.co.kr/article/202609271541001 ↩

  3. 세계일보, 2027년 예산 821조·지출 최대 증가…162조 미래대응기금 신설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01508878 ↩

  4. 파이낸셜뉴스, ‘162조 미래대응기금’ 심사 앞두고… 與野 ‘30% 증액’ 첨예 대립 https://www.fnnews.com/news/202609021905446410 ↩

  5. 파이낸셜뉴스, 미래대응기금 30% 한도… 국회 재정통제 약화 우려 https://www.fnnews.com/news/202610041458215157 ↩

  6. 참여연대, 2027년 예산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 https://peoplepower21.org/tax/2029273?cat=931 ↩

  7. 머니투데이뉴스, 안도걸 “기금은 재정안전판”…세수 결손 후속 대책 주문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82709375158707 ↩

  8. 파이낸셜뉴스, 이차전지·반도체·AI로봇 등 6개 국내 생산 전략품목 세액공제 https://www.fnnews.com/news/202608031835042008 ↩

  9. 파이낸셜뉴스, 반도체기업 세액공제 5%p 상향…‘K칩스법’ 기재위 통과 https://www.fnnews.com/news/202502181117225839 ↩

  10. 경향신문, 박용진, 삼성 노조·사측에 성과급 다툼에 “매우 씁쓸…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032152001#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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