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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6년의 민주노총 - 패권과 무능, 종속의 파멸적 하모니

사회/사회운동

양경수 6년의 민주노총 - 패권과 무능, 종속의 파멸적 하모니

이도영·읽기 11분

윤석열이 아닌 양경수의 ‘입틀막’

집권여당이 주도하여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당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후보자 이름 석 자의 언급을 금지시킨다. 형식적 선거를 치르는 어느 독재국가의 일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 이 상황은 놀랍게도 2026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제5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의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민정 서비스연맹 사무처장)는 지난 10월 31일 모든 선본에 ‘타 후보자 실명·사진·영상 사용 제한 방침’을 내렸다.

선관위는 해당 방침에 대해 선거운동의 과열을 방지하고 정책에 집중하자는 취지라 부연했다. 그러나 출마한 4개 후보조의 위원장 후보 중 직전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양경수 후보가 가장 높은 개인 인지도를 가졌다는 점과 현 선관위를 구성한 것이 양경수 집행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상 ‘양경수 후보에 대해 집중될 비판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밖에 생각하기 어렵다. 한편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국민의힘·민주당의 주도로 ‘선거에서 야당이 윤석열·이재명의 이름을 언급해선 안 된다’는 방침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라 규정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중앙선관위의 '후보자 실명 언급 금지' 방침에 대한 기호 1번, 3번, 4번 선본의 공동 항의 공문

기호 2번 양경수 후보조를 제외한 1·3·4번 모든 후보조의 격렬한 반발과 비판을 불러온 이 방침은 결국 발표 단 하루만인 10월 31일 철회되었지만1, 그러나 이 희비극적 상황은 마치 특정 정파나 개인의 사유물인 듯 취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오늘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틀막’으로 그 종장(終章)을 장식한 양경수 집행부 ‘파탄의 6년’은, 한국 최대의 대중조직이자 노동운동의 내셔널 센터를 어디로 데려왔는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월 초, 페이스북에는 2020년 양경수가 개인 계정으로 업로드한 게시물이 6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던 김명환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판하며 쓰여진 글은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그 자체로 명료하게 요약하고 있다.

“차분히 최근의 민주노총을 복기해본다.

지금 민주노총은 투쟁에 대한 지휘도 실종되었고, 지도부에 대한 신뢰도 약화되었다. 위원장은 대위원대회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같다. 그러나 대대가 성사되고 합의안이 가결된들 또는 부결된들 무슨 실효나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미 저들은 제갈길 가고있는데 우리끼리 호들갑 아닌가 말이다.

사회적대화가 유의미하려면 투쟁력이 강력히 받침되어야한다. 그런데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조직내 단결을 해치고있다. 지도부와 중집을 가르고, 중집내 찬반을 가르고, 이제 급기야 대의원들마저 찬반으로 줄을 세워야 하는가 말이다. (후략)”2

정론 그 자체인 이 글이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수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의해 ‘끌올’된 이유는 간단하다. 2020년 양경수가 비판했던 모든 행위를 2026년의 양경수가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양경수 위원장의 2020년 페이스북 게시물. 출처: 양경수 페이스북 www.facebook.com/iampies

3대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AI 산업의 클러스터인 메가특구에 근로기준법을 우회 및 무력화하는 이른바 ‘노동특례’ 도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일 발의된 ‘초광역특구법안’(이하 메가특구특별법)에는 고소득 전문직종의 노동시간 및 각종 노동기준을 개별 서면합의로 정할 수 있게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기간제 및 파견직 사용기간 확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무급휴일 허용 등이 담겨 있다.

특구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예외’의 존재는 향후 한국의 노동권 관련 논의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역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메가특구특별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고, 양경수 집행부는 2026년 9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이 대화체에 참여를 결정했다. 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의 복귀(이름 변경을 전제조건으로 건)를 포함한 포괄적 사회적 교섭안을 위원장 직권으로 10월 7일 대의원대회에 상정했다.

명확한 투쟁 전략의 수립, 조합원 및 제정파들과의 폭넓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사회적 교섭 안건은 중집에서 다수의 반대를 마주했다. 위원장은 직권으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사회적 교섭기구 참여안을 상정했다. 근거는 조합원 4,8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7.8%의 사회적 교섭 추진 찬성률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해당 안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대대 현장에서 집단 퇴장했고 대대는 유회되었다. 직후 양경수 위원장은 ‘선거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겠다’며 3선 출마를 선언했다.3

정족수 미달로 유회된 10월 7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출처: 참여와혁신

문제는 ‘어떤’ 사회적 교섭인가다

민주노조운동에 있어 사회적 대화는 하나의 ‘전술’이라 볼 수 있다. 110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내셔널 센터인 민주노총이 수립한 ‘전략’ 이행에 있어 가장 유효한 전술을 검토하고, 그 중 사회적 대화(혹은 교섭)가 한 국면에서 유효한 전술로 판단된다면 그 공간에 참여하여 노동계급의 권리 확충을 위한 대전략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사회적 대화가 논쟁이 되었던 것은 그것이 전략 이행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체로 위원장 개개인, 혹은 해당 그룹의 정치적, 정파적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그 국면은 당시 정부의 노동정책 우경화라는 흐름과 겹쳐 왔다.

2020년의 양경수가 비판했던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 역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19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를 추진하다가 대의원대회 부결 직후 사퇴한 김명환 지도부의 사회적 대화에는 교섭이라는 기표는 있었지만 전략이라는 기의는 없었다. 중집 내부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난무하던 당시, 김 위원장은 최초의 ‘민주노총 주도 선제적 노정교섭안 가결’이라는 타이틀에 사활을 걸고 기의 없는 기표를 대의원대회에 던졌다. 당시 김명환 집행부는 양경수의 말처럼 ‘대의원대회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나 진배없었다.

2020년 김명환 위원장의 사퇴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양경수 집행부는 바로 그 ‘폭주기관차’ 2호의 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10월 7일 대대에 상정된 사회적 교섭 안건에는 합의제 운영, 산별노조 참여 보장, 경사노위 명칭 변경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3대 요구사항을 제외하면 그 어떤 세부적 내용도 없었다. 가장 시급한 메가프로젝트 노동특구 문제에 대해 원포인트 대화체에서 과연 제대로 맞붙고 있는지의 문제를 넘어가더라도, ‘피지컬 AI’ 전면 도입을 시사하며 노동권의 패러다임 자체를 우측에서 흔들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에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전략은 없는데, 전술이 선행되는 것이다.

2026년 민주노총 최초의 ‘직선 3선’에 도전하는 양경수 후보조의 메인 슬로건은 ‘돌파! 사회적 교섭’이다. 사회적 교섭이라는 전술의 이런 개인 브랜딩화는 자신이 추진했던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세력이 마치 ‘투쟁밖에 모르는 비현실적 급진파’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양경수 후보조의 침소봉대와 달리 타 후보들 중 대부분이 사회적 교섭 자체의 의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기호 4번 ‘변화와 혁신, 산별 연합 선본’ 최준식-최희선-황우찬 후보조의 ‘공세적 사회적 교섭’ 공약4은 양경수의 사회적 교섭 개인 브랜딩화를 전면으로 반박한다. 이들은 AI, 기후, 인구라는 3대 의제를 산별노조들과 함께 철저히 준비하여 노동이 주도권을 쥐는 교섭에 임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한편 기호 3번 김민영-문화현-안지섭 후보조는 “투쟁을 방치하고 전략 없이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다 ‘초광역특구법’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로 양경수 지도부를 비판했다. 역시 사회적 교섭 자체를 결코 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공세적 사회적 교섭'을 내건 기호 4번 최준식-최희선-황우찬 후보조의 정책공약집. 출처: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양경수 후보조의 악선전은 교묘하게 자신 집행부의 진짜 비판지점을 은폐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교섭이 아니다. ‘어떤’ 사회적 교섭이냐는 것이다. 교섭 참여라는 전술이 마치 그 자체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양경수 지도부의 노선은 2020년 자신이 비판했던 바로 그 노선의 재림일 뿐이며, 어떤 종류의 ’돌파’도 불가능하다.


원칙도 민주성도 없다

한편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양경수 집행부의 지난 시간들이 그간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기본적 기조로 견지해 왔던 보수정권으로부터의 독자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해체하는 기간이었다는 점이다. 2021년 11월 18일, 민주노총 중집은 ‘민주노총은 보수정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전현직 중집 간부가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결정을 내렸다.5 다름아닌 양경수 스스로가 첫 위원장직을 역임하고 있을 당시 내린 결정이었다.

2021년 양경수 집행부의 '보수정당 지지 금지' 방침. 출처: 민주노총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2024년 양경수의 소속 정당이자 민주노총 수권 정파 전국회의의 절대다수 성원들이 소속된 정당이기도 한 진보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양경수는 3년 전 자신 스스로가 내린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었다. 다음 해인 2025년 윤석열 탄핵으로 열린 조기대선에서는 심지어 명백한 진보정당 후보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투표지에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과의 동시 지지안을 중집에 올렸고, 부결되자 민주노총 역사상 최초로 ‘지지 후보 없음’을 결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경수는 더욱 노골적인 대정부 밀착 행보를 공식화했다. 2025년 정부 출범 100일 당시 이재명 정부를 “100점 만점에 80점”이라 평가한 데 이어, 출범 1년차인 2026년 6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100점 만점에 70점”이라는 평을 남겼다.6 2026년 6월은 이미 집권여당이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소위 ‘노동 특례’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의 시점이다.

노동조합이 정당과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야당으로서의 진보정당과 다르게, 노동조합의 정권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민주노조일지라도 조합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다면적이고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양경수 집행부 하의 민주노총이 철저히 자신 정파, 자신 정당의 이해관계만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며 움직여왔다는 것이다.

2025년 2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악수하는 양경수 위원장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처: 연합뉴스

심화된 정파 패권주의는 진보당의 민주당 종속성 심화와 맞물려 운동의 독자성과 자주성 자체를 해체하는 귀결을 가져왔다. 윤석열에게 누구보다 당당히 맞서며 “길을 열겠다”던 양경수는 이재명의 앞에 서자 민주당으로 가는 길을 열어젖히려 그 누구보다도 더욱 애써 왔다. 숙의와 공론화, 전략 수립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중집을 우회한 직권 상정과 정파적 표 대결이었다. 2020년 자신의 말처럼, “지도부와 중집을 가르고, 중집내 찬반을 가르고, 이제 급기야 대의원들마저 찬반으로 줄을 세워야 하는가 말이다”.


파탄의 6년을 끝내자

기호 4번 ‘변화와 혁신, 산별 연합 선본’의 최준식 위원장 후보는 지난 10월 26일 4개 후보조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파탄의 6년을 끝내자”는 문구로 발언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관위는 해당 문구가 “특정 선본에 대한 비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식 보도자료에서 최준식 후보의 발언을 누락하여 배포했다.7 그러나 양경수 집행부가 선임한 선관위가 ‘파탄’을 인정하기 거부하며 공조직의 민주적 선거에서 비판적 발언을 검열하는 것은 오히려 그 자체로 민주적이고 독자적인 노동운동의 길이 파탄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11월 2일 열린 위원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기호 4번 최준식 후보. 출처: 민주노총

2026년 민주노총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의 유권자는 97만여 명이다. 이는 울산광역시의 지난 지선 유권자 수였던 93만여 명보다도 많은 수다. 그러나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관심은 심지어 진보적 활동가층이나 진보정당 당원 사이에서조차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더욱 진보적이며 평등한 곳으로 변모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지금 민주노총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할 이유는 명확하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진보적 대중조직이며, 이 대중조직이 어떠한 방향성을 견지하고 운동을 만들어가는가는 곧 한국 사회의 진보적 힘이 어떤 곳으로 향하는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양경수의 9년을 용인하여 ‘민주당 노총’으로 가는 길을 열어젖힐 것인가, 혹은 패권과 무능, 종속의 6년을 끝내고 지난하고 어려운 길이지만 정도(正道)를 걷는 자주적 노동조합으로 다시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인가. 2026년 지금, 97만 명의 손에 한국 사회 진보운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Footnotes

  1. 국민일보, 민주노총 선거서 논란된 ‘타 후보 실명 언급 금지’ 철회 https://www.kmib.co.kr/article/20261101501450 ↩

  2. 양경수 위원장 페이스북 게시물https://www.facebook.com/share/p/1E4V2jzvtE/ ↩

  3.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회에 대한 위원장 입장문 https://nodong.org/notice/7947895 ↩

  4. 노동과세계, 12기 임원 선거 출마한 4개 후보조, “노동의 미래를 만드는 선거로!”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10179 ↩

  5. 민주노총, 민주노총 대선방침 https://nodong.org/notice/7802200 ↩

  6. 연합뉴스, 민주노총 위원장 “李정부 1년 ‘70점’…성과급도 노사협상 대상” https://www.yna.co.kr/view/AKR20260610097200530 ↩

  7. 최준식 후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hare/p/1DVcMA53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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