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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말: 만 2살, 도모의 도전

도모 편집국/편집장의 말

편집장의 말: 만 2살, 도모의 도전

이도영·읽기 10분

편집장의 말: 2026년 10월호

만 2살, 도모의 도전


정파적 저널리즘이라는 고민

요즘 종종 ’저널리즘Journalism’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건 매체로서 《도모》가 갖는 이중적 속성 때문이다. 도모는 기본적으로 대중적·대안적 진보 매체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이 매체의 발간주체인 전환 - 즉 정의당의 당내 정파이자 그 자체로 독립적 사회운동·정치단체이기도 한 - 의 기관지이기도 하다. 지난 2년 가까이 도모를 발간해 오며, 두 역할은 일반적으로 함께 수행되곤 하지만 종종 충돌하거나 상충할 때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2년 전 도모를 처음 발간하면서 혼자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정파적 저널리즘’의 한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퇴조라는 시대상 속, 그를 대체하는 수많은 뉴미디어 매체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든 SNS에 난무한다. 대체로 기존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강한 정파성을 지니며 극우 혹은 극단적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곤 하는 이 매체들은 분명 저널리즘의 역할을 일정하게, 특히 레거시 미디어의 도달률이 떨어지는 오늘날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정파적 저널리즘의 한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친민주당 유튜버의 대표주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극우 유투버의 대표주자 신혜식의 신의한수

그러면 우리는(여기서 ’우리’란 독자적 진보정치를 지향하는 진영과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의 정파적 저널리즘으로서 이 모델을 그저 수용하고 재생산하면 되는가? 이 모델은 분명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그 중 핵심은 ’동원성’이다. 그러나 높은 동원성은 우선 그만큼의 동원 가능한 대중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으면 쉽게 발휘되지 않고,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더욱 강력하게 그 방향으로 끌어당길 뿐 새로운 비판적 사유나 토론거리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좌파의 본질 중 하나가 ’비판적 사고’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러한 모델은 하나의 중요한 시도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좌파의 정파적 저널리즘이 되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고민은 다시 ’대체 저널리즘이란 뭔가?’로 돌아오게 된다. 예컨대, 미디어에 요구되는 소위 ‘중립성’(물론 레거시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매체는 정파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기계적 중립’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중매체가 일정한 기준에 따른 최소한의 중립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 매체의 대중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과 ’정파적 저널리즘’이란 병행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는 또한 매체를 읽는 자를 누구로 상정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즉 정파적·정치적 이해도가 높은 진보적 활동가층을 주 독자로 상정하느냐, 혹은 진보적 의제에 관심이 많지만 정파적 이해도는 높지 않은 진보적 대중층을 주 독자로 상정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또 레닌이냐’라 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현대의 모든 좌파적·급진적인 정치운동에 있어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1870~1924)의 공헌은 백 번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정도다. 레닌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 중 하나인 《무엇을 할 것인가》(1902)는 기본적으로 ’신문을 만드는 일’을 다루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레닌은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의 의무, 구성, 운동 방식을 모두 다루며 그 모든 것들을 총망라한 대표적 지상과제로 ’전국적 정치신문’을 만드는 것을 제시한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1870~1924) / 레닌의 저작 《무엇을 할 것인가》(1902)

“정치적 지도력은 무엇보다도 먼저 유인물을 발행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지역모임, 회의에 개인으로 참석해 연설해야 한다. 먼저 중앙위 회보,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발행되는 유인물을 통해 모든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1기본적으로 이는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정치선전의 필요성’을 말하는 지점이다. 앞서 말한 규정대로라면 일종의 ’정파적 저널리즘’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시에 레닌은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인민들은 모든 종류의 선전을 다 듣고 있다. 볼세비키의 선전이 더 ’능숙’하기 때문에 인민들이 따르는 게 아니다. 핵심은 바로 볼세비키의 선전이 ‘진실’하기 때문이다.”2

앞서의 문장과 이 문장은 일견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정치신문의 명료한 역할을 제시하며 이른바 정파적 저널리즘과 대중적 정치신문이 그 자체로 상충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도모와 같은 매체가 본질적으로 정치신문임을 전제한다면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에는 모종의 정파적 선전이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능숙함’보다 우선시되는 ’진실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제시하고 또한 폭로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레닌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도모와 같은 매체에 요구되는 것은 명확할 것이다. 정치신문이 가져야만 하는 정파성을 확고하게,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것. 다만 더욱 대중적인 언어를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히 하는 것. 또한 단순히 대중에 대한 동원을 넘어 오늘날의 시대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촉진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갖는 것.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모는 나름대로 첫 번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역할도 충분하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렇다고 한다면 만 2살을 맞은 도모의 핵심 과제는 두 번째 역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 2살, 도모 2.0의 도전

발간 2년을 맞은 도모는 2026년 10월호부터 몇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자 한다. 대체로 이 도전들은 앞서 제시된 역할들 중 두 번째 역할 - 즉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욱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널리 퍼뜨리는 것에 해당한다. 더 많은 대중에게 가닿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 통칭 ’도모 2.0’은 우선 매체의 틀부터 바꿔내기로 했다.

도모 신규 웹사이트

2026년 10월부터 도모는 새로운 웹사이트에서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블로그라는 플랫폼은 쉽게 기사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사이트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블로그의 특성상 독자들에게 ’매체’라는 이미지를 쉽게 주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상황이나 운영형태 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티스토리 블로그에 기반을 둔 기존 사이트에서 탈피하여,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자체 서버에 독자적인 신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기존 도모 티스토리 블로그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티스토리 도메인(https://domoswitchmove.tistory.com)으로만 접속이 가능해진다. 도모 도메인(https://domoleft.net)으로 접속하면 신규 사이트로 자동 리다이렉트된다. 2024년 10월~2026년 9월 간 업로드되었던 기존 기사들은 모두 새로운 사이트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으며, 2026년 11월호 이후부터 업로드될 새로운 기사들은 신규 사이트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은 인스타그램이다. 도모와 같이 텍스트 위주이며 분량이 긴 매체들은 짧고 임팩트 있는 전달방식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SNS 및 뉴미디어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도모의 내용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신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도모에 올라오는 주요 기사들의 내용을 요약하여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 및 업로드하고 있다. 편당 평균 4,000~6,000자에 달하는 기사를 짧은 텍스트로 요약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더 읽기 편하고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용이한 형식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모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카드뉴스들

또한 새로운 도모는 독자들과의 쌍방향 소통과 참여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다. 그 중심에는 정기적 독자모임의 진행이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진보정당 당원·전환 회원들 및 독자적 진보정치 지지자들이 중심이 된 도모 독자모임이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편집국의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독자들의 시야와 상상력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더 많은 토론을 가능케 하는 것이 도모의 역할 중 하나라면, 독자모임 및 세미나의 진행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독자모임뿐 아니라 다양한 독자투고 및 매월 진행되는 독자평가 역시 정례화할 예정에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매체를 이어나가기 위해 정기후원 제도를 도입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도모는 정기후원 제도 없이 계좌이체 등을 통한 비정규적 개인 후원만을 받아 왔다. 늘 감사한 개별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소하게 후원을 모아 주신 바 있지만, 자본과 상업광고로부터 독립된 진보 매체의 장기지속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하기에 CMS를 통한 정기후원을 개설하게 되었다. 신규 사이트의 정기후원 메뉴를 통해 월 1만원 이상부터 CMS 계좌 등록이 가능하며, 모든 정기후원자에게는 연 1회 제작되는 인쇄매체 《도모 플러스》가 발송된다.

물론 이 모든 변화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체의 질적·내용적 업그레이드일 것이다. 기존 도모의 기사들은 주로 진보정치·사회운동에 유관한 독자층을 핵심 독자로 하여 상대적으로 고맥락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왔다. ’정파적 저널리즘’을 목표하기에 우리가 갖는 정파적 입장을 명료히 하며 토론과 논쟁을 촉진하는 기사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행될 예정이지만, 이에 더해 더 많은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상대적으로 진보정치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기사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다시 아까 레닌이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무엇을 할 것인가?’ 도모는 분명히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는 매체다. 도모를 쓰는 이들의 정파적 입장은 명확하고, 그러한 정파성은 때로 다른 정파적 입장과의 충돌을 야기하기도 하며 레거시 미디어만큼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게 한다. 기본적으로 정치, 특히 진보정치를 다루는 매체이기에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다루는 매체들에 비해 현장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매체를 관리하는 인원이 적다는 점, 규모에서 오는 현실적 한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도모가 지닌 이러한 한계들은 동시에 고유한 위치성과 가능성이 되기도 한다. 명료한 정파적 입장은 앞서 말했듯 정치신문이라면 반드시 견지해야 하는 요소이고, 때로는 서로 다른 정파적 입장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건강한 토론을 촉진하기도 한다. 노동·사회운동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매체들과 같은 이슈를 다룰 때도 정치적 관점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에 좀 더 포괄적이고 넓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더 크고 영향력 있는 매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히 가져야만 할 목표겠지만, 한정된 인원과 집행력으로 지난 2년을 만들어온 것은 분명한 성과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 지난 2년간의 통계를 되돌아보았다. 2024년 10월부터 2026년 9월까지 도모에 게재된 모든 기사들의 총 조회수는 153,973회, 총 방문자수는 105,972명. 일평균 방문자수는 100명대 중후반~200명대 초반이 된다. 종종 X(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기사가 바이럴되는 경우에는 하루 수천 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독자적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략 1%, 50만 명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 수치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편집장으로서 처음 이 매체를 만들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도모를 읽어준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고생이 많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올라온 기사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이런 글은 조금 아니지 않냐”는 클레임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 그 내용과 관계없이 도모를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분들은 우리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독자였고 비평가였으며 앞으로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미디어의 시대적 사조와 전혀 맞지 않는 길고 지루한 매체를 굳이 이렇게 읽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시대에 도모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명료하게 가다듬어진 상은 아니다. 만 2살을 맞은 도모는 이제 도모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에 대한 더 깊고 넓은 사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지난 2년간 단 한 편의 글일지라도 《도모》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작은 매체에 그간 소중한 생각과 말씀을 보태 주신 필진들께, 무엇보다 함께 이 매체를 만들어오신 편집위원들께 편집장으로서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Footnotes

  1.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낸 편지’ 中 ↩

  2. 앞서의 책, ‘지역의 적군과 노동자 소비에트에서 행한 연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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